한 겨울밤 조약돌
오랜 시간 친구처럼 가족처럼 그렇게 옆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힘들땐 토닥여주기도 하고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지내오다
그 손을 놓고 홀로 가는 길,
춥고 긴 겨울밤 같을텐데
많이 외롭고 시릴텐데
그 손 잡아주고 같이 걸어가줄 순 없다 해도
그 가는 길 손 시렵지 말라고
따듯한 조약돌 하나 서로에게 쥐어줄 수 있을거라.
그 정도의 감정은 서롤 위해 남겨줄 수 있을거라고.
시간 지나 그 조약돌도 식어 온기 하나 없는
그저 조약돌 되어 버려진다해도
그땐 긴 겨울밤 끝나고 더이상 춥지 않을테니
괜찮을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어차피 시들어 없어질 그런 감정이라면
식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따뜻함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것이 미련인가요?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사람들 말처럼 지나친 나의 환상이었나봅니다.
마지막임에도 끝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위해주는
그런 좋은 이별이란 정말 없는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조약돌을 내어주고
나는 겨울밤을 홀로 걸어가는데
어떻게 너는 뒤돌아서자마자
훌훌 벗어버리고 한여름 축제인거냐고
왜 너의 조약돌은 이렇게 한순간에 차디찬 돌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나에게 이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돌을 줄 수 있는 거냐고
따져 묻고 싶을 정도로 억울했습니다.
그런 나에게 고마웠다니 미안했다느니 행복하라는 그런 예의 바른 말들은
이제 더이상 진심으로 들리지도 않았고
모두 가식 같았습니다.
아니, 그 긴 기간 동안 내가 뭘 한건가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요.
솔직한 제 마음을 말하자면
사실 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끝이 난 후에 가장 많이 상처를 받았고
또 화가 났었고 분노했었습니다.
인정합니다.
그건 내 욕심이었다는걸.
마지막까지도 나는 배려를 기대했다는걸.
어차피 잘라내야 한다면 칼은 날카로울 수록 좋다는
그 말을
생각합니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건 그 어떤 기대도 버린다는 의미라는걸
그 어떤 의미라도 남아있다면 가능한 빨리,
어떤 방식으로든 털어버려야 한다는 걸
나는 배웠습니다.
모든 것을 다 품고 가고 싶었지만
때론 칼로 도려내듯 잘라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도.
웃기게도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품고 가는 것보다 도려내니 훨씬 편해졌고
조약돌을 던져 버리니 굳이 겨울일 필요도 없으니.
하지만
이런 가볍고도 가벼운 감정의 소모는
다신 하지 않으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 사람은 그 사람 뿐이고
고유한 사람이기에 다른 사람으로 채워 질 수 없다는
제 생각엔 변함이 없으니까요.
아플 땐 아파해야 하는게 맞습니다.
그래야 위로를 받고 진정으로 아물 수 있으니까요.
홀로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만큼 힘겨웠던 순간에
내게 위로를 주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들이 있어, 저는 그 밤을 무사히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 맞지 않았던 겨울옷을
훌렁 벗어 던졌으니
이제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