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어딘가에서 썼긴하지만 내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던 이유는, 책을 읽다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구절을 찾아낼 때의 동질감과 연대감이 좋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내 마음에 오래 남는 좋은 드라마들도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로 나의 아저씨가 오래 남을 것 같다.

이 드라마 2018년에 나온 드라마로 아이유가 나오는데 나는 아저씨 역할의 이선균과 러브라인이 없다고 해도, 하필 제목부터 나의 아저씨라 뭔가 불륜과 부적절한 관계 같아 보이는 변태 아저씨들의 판타지를 충족하는 더러운 소재의 드라마 아니냐는 논란은 처치하더라도, 방영 종료 후 수 많은 사람들의 극찬에도 꿋꿋이 보지 않고 있었다.

아마 한 1편은 슬쩍 보긴했던 것 같은데 끝까지 못 보고 중도 하차 했다.

드라마 전반적으로 깊게 깔려있는 그 우울함이 견디기 힘들었고, 그 드라마 내내 우울함과 무거움이 계속되리라는 예상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폭력도 싫어하지만 감정적인 폭력에도 취약한 편인데 그래서 학대 받는 주인공 이지안에게 감정 이입이라도 하게 될까봐 더 피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결정적 이유,
내가 이 드라마의 ost를 너무 좋아하는데 dear moon이라는 노래는 항상 이맘때쯤 공기가 차갑고 쌀쌀해질때면 듣게 되는 노래라 유튜브로 틀었는데 뮤비영상으로 나의
아저씨가 나오는게 아닌가.
그래서 노래를 감상하며 영상을 보는데
1. 초반에 이선균이 아이유를 지하철에서 우연히 보게 되는데 한겨울 짧은 양말에 드러난 발목을 보는 것에서, 아, 박동훈이라는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이 있는 따뜻한 사람이구나, 그래서 한번 울컥
2. 그에 반해 아이유가 연기하는 메마르다 못해 푸석해진 이지안은 그저 푸석한, 정 안가는 캐릭터인줄만 알았는데 한 밤에 할머니를 요양 침대째로 들고 튀는데 커다란 보름달을 보며 행복해하는 할머니 모습과 그래도 이지안이라는 사람에겐 할머니가 있구나, 그 둘이 세상의 전부이구나, 그 깊은 유대감에 한번 더 울컥했다. 아무리 최하층 바닥의 삶을 사는 사람들일지라도 그 힘들고 퍽퍽한 삶에도 달이 아름다운 걸 알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며, 그 소중한 사람을 온몸으로 지키는 모습이 더 없이 정이 가버려서. 그 모습이 너무 애달파 보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장 정이가는 이유는 두 주인공들에게 없는 것, 결핍 때문이다.
박동훈에겐 선의와 인간에 대한 긍휼이 여김은 있으나 자신의 선의에 대한 위선과 나 이렇게 좋은 사람이야 하는 자아도취는 없었고
이지안에겐 차고 넘칠만한 사연과 삶의 무게가 있었으나 자기연민은 없었다.
그러니 이 두 캐릭터에 어찌 정이 안갈 수가 있을까!
내가 도리어 안타깝고 애틋해져버렸다.

그리하야 아직 퇴근후 야금야금 보고 있는 중이지만, 내 마음에 깊이 와 닿았던, 나도 했던 생각과 일맥상통하던 대사를 남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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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돌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며 울컥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느꼈다.

세상을 구하는 게
거대한 세상을 구하는 것이 아닌
나의 소중한 너를 구하는 것,
그건 결국 너를 사랑하는 나를 구하는 것이니까.
나의 세상은 결국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

마블의 닥터스트레인지의 아류작인가 싶었으나
나의 사랑하는 사람을 희생하며 모두를 구하는 그런 히어로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자 하는 그런 히어로여서, 모두를 구하는게 아니라, 모두의 작은 세상을 지키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는 세상이고 전부여서, 이 영화는 내 마음에 깊숙히 와닿았다.

기억에 남는 메세지
Be kind
찰나여서 더욱 소중해
모든 순간 모든 곳 모든 것을 느껴도 너야
다른 더 큰 행복보다 지금 여기, 지금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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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든 사람답게 살고자 한다면 자기 자신 한 명은 건사하고 보살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돌보고 보살핀다는 것이 한 사람이 배우고 성장하며 궁극적으로 이뤄야할 평생의 과업? 정도로 생각할만큼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살았다고는 못해도, 적어도 치열하게 나 자신을 이해하도 얼루고 달래는 법을 배우면서 살았다고는 말할 수 있다.

20대부터 끈임없이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무너지고 남들은 하지도 않는 고민을 사서 하며, 쿠크다스처럼 박살났다 회복했다를 반복하는 이 블로그 글만 봐도알 수 있듯이, 정말 자아란 것이 생겨난 이후로 나는 끈임없이 나 자신을 부쉬고 망가지고 다시 회복하고를 반복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갑각류가 탈피를 하듯.

이 블로그에선 그저 끈임없이 불행하다고 불평하고 있는 것 같지만 적어도 내가 불행하다면 그 불행을 좌시하지 않고 더 행복해질 방법을 찾아왔으니까.

그리고 그건 결국에 하나님의 사랑으로 귀결되었고, 그래서 나는 이제 내가 무너질지언정 절대 아주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믿음까지 생겨났다.

아니 그 믿음이 생겨났다기보다는 이미 깊숙히 심어졌고 그래서 나는 두려움이 있을지언정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치만.. 경제적 독립이라고 했을 때, 과연 내가 이것까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한게 맞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그것도 나이 33살에 드니까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
돈 벌고 직장생활하면서 사니까 경제적 독립을 이뤘다고 하기엔, 나는 부모님의 보조를 아직까지 받고 있는게 맞으니까.
당장 일자리를 잃어도 물론 당황스럽겠만 적어도 다음달 월세 걱정 없이 부모님 집에서, 식비 생필품 등등 생활비 부담을 덜고 지낼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내 자신이 그걸 잘 아니까 이 정도면 됐지 하고 살았는데..
진짜 경제적으로 독립이 된 사람이라면 당장 일자리를 잃어도 다음 직장을 잡을때까진 일정 기간 스스로 부양할 줄 알아야 하는거 아닌가..
어라.. 그래서 내가 아직도 지금 버는 돈으로 나가살려면 충분히 나가살순 있지만 부모님 집에서 자유도 내려놓고 사는거 아닌가 싶어서.
근데 이거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 이 상태면 나 좀…싫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뭐야..
적어도 실직한 남편 부양까진 힘들어도 내가 실직했을 때 든든하게 몇개월은 버틸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어야하는데..
지금 내가 모은 돈으로 내가 얼마나 마음이 든든할까..
고작 그 걸로.. 싶은 마음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그 스스로를 잘 돌볼 줄 아는 사람에 과연 내가 부합한건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먼저 서있어야해.
내가 스스로 서 있을 줄 알아야해.

삶의 무게가 참..
오늘은 좀 생각이 많아서 기도가 필요할 것 같아
생각할 시간 정리할 시간
무엇보다 하나님과 대화할 시간이 필요해..
혼자만의 시간, 그래서 하나님을 만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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