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난을 모른다.
엄청나게 유복하진 않았지만 부족함 없이 자랐고
언제나 화목하진 않았지만 사랑 받으며 자랐다.
모자람이 없이 보호 받으며 자랐기에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그 압박감이 어떤 건지,
당장 하루 세끼를 어떻게 벌어 먹고 살아야 할 지 걱정해야 하는 삶이 어떤 삶인지,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렇기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숨이 막힐 정도로 뜨거운 여름날, 그것도 하루 중 가장 온도가 높다는 한 낮에,
전단지를 돌리다 생수 한 병을 사 마시지 못해서 목숨을 잃은 이제 막 20세 청년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차마 다 헤아릴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먹먹해져서,
나의 삶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나는 무엇을 위해 돈을 벌고, 모으고 있는걸까.
나에게 있는 돈이 서울에 있는 아파트 한 채 살 수 없는 돈이라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나에겐 그저 사치품, 맛있는 저녁 한 끼로 끝날 돈이 누군가에겐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돈이라면,
내 돈이 과연 나만의 돈이라고 할 수 있는걸까.
나는 너무나도 많은 복을 받고 자랐다.
그치만 따지고 보면 이 복은 내가 무언가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나에게 주어진 대가 없는 은혜이자 복이었다.
비록 가난은 모르지만...
그리고 또 비교할 바 되지 않겠지만...
어느 하루,
지갑을 두고 밖에 나온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내가 당연하게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사실 그 지갑 하나에서 나왔다는 걸 깨닳았다.
지갑 하나가 없으니 갈 수 있는 곳도, 할 수 있는 것도, 먹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1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40분을 걸어서 도착하고,
물 하나 사 마실 수 없는...
그런데 매일 매일이 그런 날이라면,
그게 누군가의 일상이라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부지런히, 쉬지 않고 일하는데도 매일 매일을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일상이라면
그 무게를 내가 감히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 무게를 헤아리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그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그저 남처럼 방치되지 않게, 마음으로 헤아리고 싶다.
이런 생각을 모두가 다 하진 않겠지.
그리고 그 사람이 꼭 내가 되어야 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깜깜한 어둠 속을 홀로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에
손을 건네줄수 있지 않을까.
내가 빚진 복은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게 하나님이 허락해주신 은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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