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데 왜 외로운 것인가,
왜 완벽하게 채워지지 않는가, 너는 질문했다.
나는 좀 웃었다.
같은 것을 우리 고민해왔구나, 싶어서.
채워지지 않았다.
상대가 나를 완벽하게 사랑하고,
내가 상대에게 완벽하게 몰입하며
충만해지는 시간은 무지개 같았다.
순간이었다. 길게 지속되지도 않았다.
한참을 다시 오지 않아 어떤 날에는
질문하기도 했었다.
완벽하던 날은 그저 꿈이었을까.
하지만 계속되는 사랑 속에서 알았다.
사랑이 본래 그렇다는 것.
쓰면서도 달고, 채워지면서도 허전하다.
그것을 모르고 완벽하게,
더 완벽하게 채워줄 상대를 찾다보니
방황만 길어졌었다. 허전함만 커졌다.
뒤늦게 알았다. 높은 산을 원한다면
깊은 계곡과 긴 그림자를 받아들여야한다.
사랑의 반대편에 어쩔 수 없이 고이는
고독까지 끌어 안자
사랑은 출렁거리기를 멈추고
고요한 평화가 되었다.
시 하나를 적어 너에게 주었다.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 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다들 그렇게 사랑을 한다.
공허와 외로움을 끌어 안으면서.
하지만 사랑하여 외로운 것이
그저 외롭기만 한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구름 사이로 꿈인 듯 잠시 별 하나가 스쳤다.
우리는 잠시 흐린 하늘을 잊었다.
그 별이 꼭 사랑을 닮아 있었다.
거기. 우리가 있었다.
장윤주의 옥탑방 라디오
J, 요즈음 저는 사랑에 대해 깊이 묵상하고 있습니다.
몇년 전만 해도 '오글거려' 라고 하며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했던 주제인데도.
그도 그럴게 사랑 이란 단어는 행복이란 단어만큼이나 모호하고
각자 말하는 것이 다 다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것 저것 사랑에 관한 글들을 보는데
문득 이 글이 내 눈을 끌었습니다.
사랑은 달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것을.
그런 순간들도 물론 있죠.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쓰디쓴 순간도 있고 너무도 외로운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멈춰있는 한 순간이 아니기에.
지금 그 괴로운 순간도 달콤한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또 지나가고. 또 다시 오고.
그래서 J, 저는 그 괴롭고 외로운 순간까지 사랑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고 또 받고 싶습니다.
막 자고 깬 못생긴 내 모습도 예쁘다 해주고
내 발가락까지도 사랑스럽다 해주는 그런 사랑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힘들고 외로워도 그 순간까지 사랑해줄수 있는
포기하지 않는 그런 사랑 말입니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사실 전 늘 불안했습니다.
좋았던 순간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늘 좋지만,
전쟁같이 싸우고 언성이 높아지는 순간마다
그만하자며 대화를 포기하고 그만 들어가라고 할때마다.
그래서 더 핏대를 세우고 상대를 자극하며 화나게 했음을 고백합니다.
대화의 벽을 세우고 소통을 차단해버리려는 그 모습이
차라리 미친듯이 소리지르고 화를 내는 것보다 더 싫어서.
물론 옳지 않은 방법이었다는건 저도 인정합니다.
또 화김에 헤어지자는 말을 했을 때
두말없이 그냥 가버리곤 그 새벽에 내가 보낸 문자에
정말 끝인것처럼 달랑 한 줄 온 그 답장을 받았을 때.
그리곤 그 다음날이 지나도록 연락 한통 없었을때.
화김에 헤어지자는 말을 한 것 또한 잘못한 일이란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날 불안하게 했던 것은
너무 쉽게. 포기하는 그 모습이었습니다.
그걸 끝내 못견디고 늘 전 먼저 대화를 걸었지요.
압니다. 참 구질구질하고 쿨하지 못하다는걸.
우리 언닌 또 경악을 하며 소릴지를 테지만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전 그런 구질구질함이 더 좋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렇게 구질구질하게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고 또 받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수 많은 약속들이 땅에 떨어집니다.
영원히, 결혼, 사랑 따위의 약속 말입니다.
압니다.
그 순간엔 정말 그런 마음이었겠죠.
그게 그 순간엔 진심이었겠죠.
하지만 사랑이 한 순간이 아닌 계속해서 이어지는 순간들인 것처럼.
또 사랑이 늘 달콤하기만 한 것이 아닌것처럼
저는 한 순간의 감정이 아닌 오래도록 지켜질 그런 진심을 바랍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외로움까지도 받아들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나의 이기심까지도 포기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구질구질함도 감수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씁쓸한 그 순간도 기다립니다.
사랑이 힘들다고 뒤로 미룰 수 있는 시험은 아니잖아요?
굳이 남녀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사랑하기 때문에 제가 아무리 못나게 굴어도 지금까지도 저의 부모님은 저의 곁에 계십니다.
숱한 실망과 실수에도 불구하고 늘 그 자리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약속을 유기하고
또 다시 누군가로 그 자리를 채우고
사랑의 달콤함만을 찾아 나서기도 하는것을 봅니다.
다시 똑같은 약속을 반복하며.
저에게도 그런 유혹이 없었던 것은 아니란걸 인정합니다.
솔직히, 쉽게 누군갈 만나고 쉽게 헤어지고 쉽게쉽게 라는 말을 아주 싫어하는 저에게도
그냥 가볍게 웃고 즐기는 것 쯤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었으니까.
사람이 참 힘들면 이상해 지는게 맞나봅니다.
또 그렇게 가볍게 누군갈 만나다 보면 그 사람을 더 알아가게 되고
정이 들게 되고.
하지만 또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사랑은 하나라고.
누군가를 다른 누군가로 덮고 또 다른 누군가로 덮고 한다면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조각조각 난다고.
더 가벼워지고, 더 쿨해지고. 덜 아프고. 금방 회복되고.
하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러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결국 자기 학대일 뿐이니 말입니다.
이 사람 아닌 다른 누군가로 사랑의 달콤함은 맛볼수 있겠지만
외로움도 참고 옆에 있어주는 그런 사랑은 절대 받지 못할겁니다.
숱한 실망에도 불구하고 곁을 지켜주는 그런 사랑 말입니다.
저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단걸 알지만.
그래도 노력했다고. 정말 최선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외로움까지도 받아들였고, 이기적이고만 싶은 나 자신과도 늘 싸웠습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닌 상대방을 위해.
그래요. 지치고 아무것도 할수 없이 무력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마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순간마저
저는 지나가길 기다렸습니다.
그 시간은 결국 지나가지 못했고 그것이 마지막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저는 사람들이 말하는것처럼 쿨해질수없고
또 앞으로도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아닌건 아닌거고
충분한건 충분한거니까.
받아들여야겠죠.
그러고 있고 점점 슬픔도 분노도
집착이나 미련도 버리고 있습니다.
이젠 나 자신을 위해.
이젠 나를 더 사랑해야기에.
이 시간도 흘러갈거라 저는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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