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당신은 레몬을 쥐고 있었어
쓸쓸하고도 하얗고 밝은 병상에서
내 손에서 넘겨받은 레몬 한 조각을
당신의 단정한 이로 꼭 깨물어
토파즈 색으로 향기가 일고
그 몇 방울 안되는 레몬 즙에
당신은 의식을 되찾았지
당신의 맑고 파아란 눈이 희미하게 웃고
내 손을 쥔 당신의 손엔 힘이 넘쳤어
당신의 목에서는거친 바람이 불었어도
그처럼 위대한 생의 한가운데에서
치에코는 원래의 치에코가 되어
일생의 사랑을 한순간에 부어넣었지
그리고 한동안
그 옛날 산정에서처럼 심호흡 한 번 하고
당신의 기관은 그대로 멈추었어
사진 앞에 꽂은 벚꽃 그늘에
차갑게 반짝이는 레몬을 한 개 놓아야지
-[레몬 애가] 다카무라 고타로
'치에코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는다
치에코는 갈 수 없는 곳을 가고 할 수 없는 것을 한다
치에코는 현재의 나를 보지 않고 내 뒤의 나를 동경한다
치에코는 괴로움의 무게를 이제 버리고
끝없는 황막한 미의식권을 헤매다닌다
나를 부르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지만
치에코는 이미 인간세계의 신분증을 갖고 있지 않다.'
정신이 이상해져 미쳐버린 아내를 저렇게 극진한 마음으로 대하다니.
나를 저런 극진한 마음으로 대해줄 사람이 있을까.
아니, 그보다 내가 누군가에게 저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저런 사랑을 줄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치에코보다 고타로가 더 부럽다고 한 작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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